주말과 워라밸은 사라지는데 저출생 걱정은 '언감생심'

20년째 공항 면세점에서 일하고 있는 A 씨의 아들들은 주말 아침마다 엄마의 근무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다. 4살과 6살인 아들들은 출근하지 말라며 주말에 출근하는 엄마를 붙잡기도 한다. 결국 출근하는 주말에는 남편이 육아를 전적으로 맡아야 하는데, 이에 가족 내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A 씨는 말했다. 덧붙여 동료들의 배려로 주말 근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에 대해 눈치를 보고 있었다고도 했다.

 

일상적인 주말 근무와 불규칙한 근무 스케줄로 인해 A 씨는 퇴사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말 근무가 많은 유통과 관광·레저 업종의 노동자들은 일과 생활 균형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는 결과가 드러났다. 주말 근무 횟수가 늘어날수록 가정생활과 충돌하는 갈등도 커진다는 분석이다.

 

근무 스케줄이 불규칙하고, 주말 근무는 관리자의 일방적인 통보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노동자들은 일정을 조절하기 어렵고, 일상적인 가정 활동이나 사회적 활동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상황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일부 노동자 중 주말 근무가 월 5회 이상인 경우, 우울증 증상을 겪는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도 대형마트 등에서 주말 의무휴업일이 사라지고 있어 노동자들의 불편함이 더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더욱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는 아이 돌봄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주된 취업처이므로 문제가 된다.

 

노혜진 강서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정부의 일요일 의무휴업 폐지는 일·가정 양립과는 대조되며, 저출생 대책을 논하려면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